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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문혁
  • 입력 : 2022.10.23 07:36
  • 수정 : 2022.10.23 08:07

한 달에 한 번 매클린톡 효과

☞ 이것만 있으면 모든 스포츠를 누나들처럼 잘 한단 꼬마
☞ 이조차 살 수 없어 신발깔창을 대용품하는 소녀들
☞ 매직데이가 비슷한 여자들의 공통점
☞ 하버드 여대생 매클린톡의 포기없는 집념
☞ 확실한 기억보단 희미한 기록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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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틱톡•케이큐 뉴스 콜라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틱톡•케이큐 뉴스 콜라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한 달에 한 번씩 오직 여자들만 겪는 특별한 매직데이Magic Day가 있다. 기자의 기억속엔 여자들 먼슬리 리츄얼Monthly Ritual과 관련된 유머가 하나 있다. 어떤 꼬마가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어떤 물건을 사러왔다고 말했다. "텔레비에서 보면 누나들이 이것만 가지면 수영도 잘하고 테니스도 잘 치고 자전거도 잘 타던데 이것 주세요. 저도 누나들처럼 운동을 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약사는 얼굴에 약간의 홍조와 미소를 띠며 아이의 생뚱맞은 요구에 물건 하나를 집어 건낸다. 바로 생리대다. 최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생리통이 관련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환경부•식약처가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날 두 기관에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조사는  2017년 9월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청원하면서 실시됐다.

[사진=케이큐 뉴스 자료화면]
[사진=케이큐 뉴스 자료화면]

2018년 4~8월 예비조사,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만 15~45세 여성 1만6천명 설문조사를 포함한 단면조사,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패널조사가 차례로 진행됐다.  패널조사에는 만  19~45세 여성 2천6백 명이  10개월간 작성한 생리일지 분석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90%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최근 3개월)했고 이어 면생리대(4.2%), 탐폰(3.6%), 생리컵(1.8%)이 그 뒤를 이었다. 생리대 사용 시 증상으로는 생리혈 색변화를 겪었다는 경우가 20.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생리통(18.9%), 여드름(15.3%), 외음부 트러블 (14.9%), 두통(13.4%), 어지럼증 (11.6%) 순이었다. 보고서는 "단면조사와 패널조사 결과 모두 일회용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 노출 수준에 따라 생리 불편 증상이 통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VOCs 농도가 증가하면서 생리 관련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라면서 "일회용 생리대 속  VOCs가 생리 중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통, 생리혈 색변화, 두통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케이큐 뉴스 후원계좌]
[사진=케이큐 뉴스 후원계좌]

한편 얼마전 생리대와 관련된 극빈층 소녀들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무려 6만 명이나 되는 소녀들이 일회용 생리대조차 살 돈이 없어 휴지를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심지어 신발깔창이 대용품으로 쓰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보통 한 꾸러미에 36개가 들었고 가격은 만오천 원 정도다. 이 정도의 생필품도 구입할 가정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기자의 얼굴이 화끈해진다. 왜 인류는 끊임없이 진보하는데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헨리조지가 백여년전 '빈곤과 진보'에서 던져 놓은 화두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하버드 대학원생 마사 매클린톡은 기숙사 근처 상점에 생리대를 구입하러 갈때마다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을 발견했다. 매번 상품진열대에 물건이 동이 나는 것이였다. 평소에 잔뜩 쌓여 있다가도 자신이 사려고 상점을 찾을때면 어김없이 솔드 아웃되어 버린 것이다.  화도 치밀고 한편으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사진=네이버•케이큐 뉴스 콜라보]
[사진=네이버•케이큐 뉴스 콜라보]

하지만 그녀는 이런 머피의 법칙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수 년간의 연구끝에 "생리주기 동조화 현상"을 1971년 저명 학술지 네이처誌에 발표했다. 자매나 룸메이트, 친한 친구, 직장의 여성 동료들은 매직데이가 거의 같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매클린톡 효과McClintock-Effect'라 부른다.  그녀는 대학생 시절 기숙사의 동료 여학생들의 주기를 조사해 졸업 직후인 1971년 생리주기 동조현상을 발표한 것이다. 함께 기숙하는 여학생들의 생리주기가 시간흐름에 따라 유사해져 인근 편의점 생리대가 같은 시기에 모두 사라지는 신박한 현상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창시절 절친 소녀들은 화장실 갈때도 혼자 가지 않고 손을 꼭 잡고 함께 갔던 것이 아닐까. 그녀들이 베프가 된 과학적 이유 역시도  매클린톡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연구하고 기록했던 매클린톡의 불굴의 의지를 케이큐 뉴스는 리스팩한다. 확실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백 번 낫다.

[사진=케이큐 뉴스 자료화면]
[사진=케이큐 뉴스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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