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박문혁
  • 입력 : 2022.09.22 11:18
  • 수정 : 2022.09.22 12:57

내부고발자로 파격 변신한 내부자

☞ 마침내 마수(魔手) 드러낸 신문 부수조작
☞ 실제 유료독자 2명을 260명으로 뻥튀겨
☞ ABC협회 검증작업이 10분만 에 끝나기도
☞ 신문업계에 만연한 조작의 악취 폴폴
☞ 조작된 공사결과를 버젓이 발표, 조선 9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모 유명 일간지 경영기획실 소속 A씨는 2018년 ABC협회 신문부수 공사 당시 전국의 신문지국을 다니며 부수를 조작한 '내부자'였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딥스롯Deep Throat 내부고발자(DP)로 완전히 파격변신했다. A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회사에 서 목표 부수를 꽂으면 한 치 오차 없이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하면서 언론계에 너무 큰 자괴감을 느껴 퇴사했다" 고 털어놨다. 직접 부수 조작에 참여했던 신문사 본사 직원의 증언을 기사로 포스팅한 건 이번이 최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부수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역사상 조선일보 본사에 대한 미증유(未曾有) 압색이었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A씨는 자신의 증언이 수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문사 부수 인증은 신문사가 협회에 '지난해 우리는 몇 부를 발행했다'라고 통보하면, ABC협회 공사원들이 표본지국을 20~30여 곳을 정해 돌며 실제 통보한 수치가 맞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A씨는 협회로부터 10월 실사 통보를 받고 9월~11월까지 두 달간 전국을 돌며 모텔에서 숙식하며 지냈다. "다음 주에 실사가 잡히면 이번 주에 알려준다. 실사하는 신문지국까지 알려준다. 그럼 지난해 회사가 ABC협회에 신고했던 대로 수치를 조작해 꿰어 맞춘다. 하락 방지를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다. 회사에서 유가율(有價率) 목표도 잡는다." 유가율은 발송 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인데, A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 수치를 신문사가 임의로 줄였다 폈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부수 조작은 어떻게 이뤄질까. 독자 관리 프로그램에 들어가 첫째, 해당 지역 유력 일간지와 세트지를 치거나 둘째, 구독을 중단했던 독자를 살리거나 셋째, 경쟁지 독자를 우리 신문 독자로 바꿔치기를 해버린다. A씨는 "ABC  공사원이 오기 전 미리 작업해 늘려 놓고, 공사원이 다녀가면 원복시킨다"고 말했다. 세트지는 일간지를 구독하면 덤으로 주는 일종의 서비스지 개념으로, ABC협회가 업계 어려움을 감안해 세트지도 유료 부수로 인증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트지 작업은 프로그램의 비고란을 이용하는데, 유력 일간지 비고란에 우리 신문사 이름을 입력해 놓는 식이었다. A씨가 언론 측에 제공한 녹음 파일에는 당시 조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다음•케이큐뉴스]
[사진=다음•케이큐뉴스]

B신문지국장은 조작을 위해 지국을 찾아온 A씨 일행을 향해 "발송이 280개요? 독자가 260개요? 그럼 거의 (유가율)  9할에 육박해요?"라며 웃는다. 유가율 9할은 유토피아Utopia다.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수치란 의미다.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B지국에선 실제 돈 내고 보는 유료독자가 겨우 2명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신고한 유료 독자는 260명으로 거의 날조수준의 엄청난 뻥튀기를 했고, 세트지는 48부였다. 2명을 260명으로 부풀리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신문지국장들이 늘 협조적인 것은 아니다. A씨 일행은 C지국장에게 "160부 받는데 잔지는 10% 정도 남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 세트 많이 넣었다고만 말씀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C지국장은 "10% 정도 남는다고 얘기하고, 남는 것들은 중지하시려는 분들께 설득해서 보내드리는 걸로 하라는 거에요?"라고 확인한 뒤 "제가 지금 그렇게 대답해 줄 상황은 아닌 거 아시죠?"라고 되묻었다. C지국장은 본사에 내야 하는 지대(신문값)가 너무 많다고 강조하며 "어쨌든 간에 같이 먹고 살아야 되니까 해드리긴 하는데, 이건 진짜 심각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D지국장은 "가판이 금액도 많지 않지만, 알 수가 없어"라며 새로운 조작 방식을 제안하지만, A씨 일행은 "그렇게 되면, 작업이 더 커져요"라고 말하는 대목도 확인 할 수 있었다. A씨는 "여러 일간지에 세트지를 배분하는 식으로 조작작전을 잘 짜야 했다. 보통은  2~3일 전에 세팅하는데, 공사원 오기 바로 직전까지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에 갔을 때는 실사 일정이 겹쳐서 ○○ 신문에서 직원 세 명이 나왔는데 우리가 먼저 치고 원상태로 하겠다고 협의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매년 ABC협회 실사마다 벌어지는 신문업계 그들만의 리그에선 악취가 폴폴 풍긴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사진=네이버•케이큐뉴스]

A씨가 전한 ABC협회 공사원들의 검증작업은 간단했다. "10분 만에 끝난 적도 있었다. 실제 신문 대금 납입 여부보다, 마지막 총액만 맞으면 인정해줬다. 독자가 언제 납부했고, 미수금이 얼마인지는 안 따진다. 하나의 독자 프로그램에서 몇 개 지국을 돌리는데 다른 지국 납입금까지 실사 지국에 보내주는 식으로 작업했다. 통장 확인도 안 한다. 젊은 공사원들 중에는 컴퓨터를 열어보지 않고 인터뷰만으로 실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ABC  실사 당일에는 늘 공사원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공사원과는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공사원들과 같이 밥 먹 을 때도 있었는데, 식사는 당연히 우리가 대접했다. 역까지 태워줄 때도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유가율은 타사를 참고해서 적당한 선을 회사가 맞춘다. 갑자기 한 곳이 튀어버리면 서로의 룰이 깨지기 때문에 서로 순위를 뒤집을 정도로는 (조작을) 안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다음•케이큐뉴스]
[사진=다음•케이큐뉴스]

이에 비춰 보면 신문사들이 각자의 목표치를 사전에 담합하고 날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입사 전에는 신문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다른 일간지도 마찬가지였다"며 이 같은 부수 조작이 업계에 만연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언젠 가 ○○지국 앞에서 신문사 직원 10여명이 ABC협회가 실사 중인 신문지국 앞을 서성거렸다. 그 상황이 허무했다"고 떠올렸다. A씨는 "만나본 신문지국장들은 유가율이 그래도 50%는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 많은 거다. 순수독자로 구성된 종합일간지 유가율은 많이 잡아야 25%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사진=케이큐뉴스 자료화면]

A씨의 내부 증언이 이러한 일을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녹취록상 부수조작 지시 정황이 신빙성이 컸다. 다만 A씨는 자신이 특정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익명으로 처리했다. 앞서 ABC 협회의 2020년(2019년도분) 공사 결과 조선일보 유가율은  95.94%였으며, 2019년도(2018년도분) 한겨레 유가율은  93.26%였다. 이에 ABC협회 내부에서 2020년 "협회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는 공사 결과를 버젓이 발표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문체부는 이듬해 내부 조사 등을 거쳐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했다. 지난해 3월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국가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으며, 같은 달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명은 경찰청 국가 수사본부에 조선과 협회를 사기 •업무방해•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사진=케이큐뉴스 후원계좌]
[사진=케이큐뉴스 후원계좌]

 

https://view.hyosungcms.co.kr/shorten-url/Eq7qs8btk7

저작권자 © KQ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