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날엔 조선시대 궁궐에선공식행사를 모두 폐(閉)하고 임금이 주최하는 미인컨테스트를 열었다. 이 때가 되면 궁내 모든 여자들이 기거하는 처소에는 온통 난리법석이다. 내명부에 오른 비(妃)와 빈(嬪)부터 나인 등 궁녀 에 이르기까지 몸 치장을 하느라 대단히 분주해진다. 품평회를 마친 후 최고미인에겐 왕이 수여하는 푸짐한 상이 내려지고 이어 풍악을 울리는 주연(酒宴)이 베풀어졌다. 비가 오는날을 근사하게 보낸 궁중 문화를 보면 귀천•빈부를 떠나 우리의 고유한 민족성인가보다.
오늘같이 쌀쌀하면서 비가 오는 금욜에는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딱이다. 뇌리에 강렬하게 남 아있는 술집상호로 '외로워도 술퍼도'와 '불멸의 이 술집' 등이 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불멸의 영국 수상인 윈스턴 처질은 영광의 파고가 한 풀 꺾여 선거에서 국민들 지지가 전과 같지 못하자 과단성 있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퇴진을 극렬히 반대 하는 데모와 은퇴 철회를 거두라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터져나와 나라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처칠의 결단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느 날 기자가 그의 집을 찾아와 물었다. "수상 각하! 전국에서 수상 각하의 컴백을 원하는 목소리가 들끓는데 왜 가만히 계시는 거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처칠이 조용히 대답했다. "술집문이 닫히면 퇴청해야죠" 이 한 마디로 그 날 인터뷰는 끝이 났다. 비록 쏟아지는 우중에서도 과음치 마시고 떠날 때를 알고 술자리 박차고 집을 향해 퇴청하는 그대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