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의 아들, 즉 천출(賤出)이라는 이유로 끊임없는 견제와 시기•모함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침(鍼) 하나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시의(侍醫)로 등용됐고 '조선제일침'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쥔 인물이 있다. 바로 허임(許任, 1570~1647)선생이다. 또한 동의보감 허준 선생이 선조임금에게 천거해 임금의 지병인 편두통까지 완치시킨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생은 부모의 병 때문에 의원의 집에 가서 잡일을 하면서 의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구술을 익히는데 간절했고 진심으로 매달렸다. 이윽고 선생의 침구술은 점차 국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곤 마침내 1644년에는 자신의 오랜 의료 활동 경험을 종합하여 동아시아 침술교과서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이라는 불후의 역작을 편찬했다. 선생은 이 책에서 침구학의 기초 이론과 우수한 치료 레시피 및 의학 경험들을 집대성했다.
충남 공주시(시장 김정섭)가 지난달 23일 '5월의 역사인물'로 선정된 '조선제일침'이자 '동아시아 침술교과서'로 불리는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을 저술한 허임 선생을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공주시 우성면 한천리 무성산 허임 선생 묘소에서 열린 추모 제향에는 김정섭 시장을 비롯해 조병진 허임기념사업추진위원회 회장과 최창석 공주문화원장•손중양 이사장 등과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어 5월의 역사인물로 선정된 허임 선생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공주 한방웰니스 생명건강복지 문화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허임 선생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해 ▲허임의 정치활동과 굴곡진 삶(임선빈,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선 침구의 허임과 「침구경험방」(손중양, (사)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 ▲허임 마을의 K-MEDIWELL 콘텐츠 개발(이용근, 공주대 통합의료관광디자인학과장) 등 3개의 주제를 놓고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김정섭 시장은 “허임 선생 관련 학술세미나를 통해 공주시 역사 인물이자 조선제일침의 삶과 업적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주시를 대표하는 역사인물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재조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